| 제목 : 수능 개편이 만든 기초과학 공백…"채우는 사람 없다"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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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등록일 : 2025-12-03 | |
통합과학 중심 교육에 이공계 학업 수준 급속 이탈
기과협 교육정책포럼서 전문가 비판
(서울=연합뉴스) 조승한 기자 = 고등학교 교육과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개편에 맞물려 기초과학 교육이 축소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이공계 대학에서 요구하는 학업 수준과 점차 벌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이윤희 충남대 수학과 교수는 1일 서울 강남구 한국과학기술회관에서 열린 기초과학 학회협의체 교육정책포럼에서 "고등학교가 덜어주고 있지만 채우는 행위는 여태까지 아무도 하지 않았고 그 갭이 점점 벌어지고 있다"며 "배워야 할 걸 배우지 않는다는 취지에서 보면 문제가 많다"고 지적했다.
포럼은 2028년도 수능 개편 및 2022년 개정 교육과정 시행 이후 악화한 기초과학 교육 현실 진단과 제도 개선방향 모색을 위해 마련됐다.
수능이 계속해 탐구영역 과목 수를 줄이며 대학에서 요구하는 과학 분야 필수 학업 수준에 미달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가운데, 최근에는 대학이 과학탐구 영역 필수 요구까지 없애며 수험생 80%가 사회과학을 응시하는 '사탐런' 현상도 심화하고 있다.
이런 기초과학 학업 부족 현상이 통합과학만 듣고도 졸업이 가능한 교육과정 및 수능 개편 등과 맞물려 더욱 심화하리라는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권홍진 송양고 교사는 "통합과학과 과학탐구실험을 1학년 1,2학기 들으면 학점을 채워 2학년부터는 과학을 하나도 듣지 않아도 졸업할 수 있게 된다"며 "수능을 감안하면 3학년 때 깊이있는 과학을 공부하는 게 아니라 통합과학을 다시 준비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교수는 "고등학교에서 행렬을 보면 더하기만 배우고 역행렬도 다 빠졌다 보니 행렬식 개념도 모른다"며 "갭이 늘어나 미적분학의 경우 1, 2학기만 해도 빡빡한데 3학기로 늘려야 하나 고민하게 된다"고 말했다.
권석준 성균관대 교수는 "딥러닝을 가르치면 신경망학습은 행렬연산이고 다 곱하기인데 학교에서 인공지능(AI) 특화를 배우고 싶은 학생들은 다 사교육을 받고 오게 된다"며 "이해를 못 하고 온라인 강의만 수강하거나 대학원생에게 과외받는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런 대학의 기초과학 위기를 산업계 생태계 붕괴에 비유하며 같은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과거에는 한국 엔지니어들이 일본에 갔으면 지금은 일본에서 한국을 오는데, 이들이 하는 이야기가 제조업이 지난 20년간 쇠락을 걸었더니 반도체를 가르칠 교수가 없어졌다는 것"이라며 "지금 반도체 산업에 투자하려 해도 산업 기반 생태계가 스스로 구축이 안 된다고 하는데 똑같은 일이 한국 기초과학에 생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shjo@yna.co.kr 2025/12/01 17:06 송고